ORIGIN

백후추 WHITE PEPPER

NO.2 

글 홍지은 김덕훈   |   디자인 박재형   |   사진 권솔 

"파운드당 백후추는 7데나리온,
흑후추는 4데나리온이다." 


'밝은 보석'이라 칭송받으며 고대 로마인들의 식탁을 지배했던 백후추의 가치는 숫자에서부터 증명된다. 고대 로마의 학자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Gaius Plinius Secundus)가 작성한 『박물지』 속 기록에 따르면 흑후추가 4데나리온일 때, 백후추는 7데나리온의 몸값을 자랑했다. 밝은 색감과 독특한 매운맛의 풍미는 로마인들의 미각을 사로잡았고, 백후추에 대한 이토록 유별난 애정은 오늘날 유럽 미식가들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자연의 섭리만으로 얻어지는 흑후추와 달리, 백후추는 인간의 세심한 개입이 더해질 때야 비로소 탄생한다. 오랫동안 농부들은 흐르는 강물에 붉은 생열매를 침수시켜 껍질을 달래듯 벗겨내 왔다. 시대가 흐르며 자연의 수원 대신 인공 수조를 사용하기도 하고, 붉은 생열매 대신 햇볕에 몸을 말린 흑후추를 다시금 물에 불려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어떤 재료와 물을 선택하는지, 발효의 속도를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따라 백후추는 그만의 고유한 아로마를 입는다. 부드러우면서도 코끝을 찌르는 정교한 풍미로 미각의 지평을 넓히는 백후추. 발효의 미학이 빚어낸 백후추의 정수를 따라 그 대표적인 품종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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